고산지대에서 물은 정말 100°C에서 끓을까요?
우리가 학교에서 과학 시간에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 중 하나는 “물은 100°C에서 끓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법칙은 해수면과 표준 대기압(1기압)이라는 특정한 조건에서만 완전히 들어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 바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8,848m)에서는 어떨까요? 놀랍게도 그곳에서 물은 100°C가 아닌, 약 70°C에서 끓기 시작합니다.
왜 고산지대에서 끓인 라면은 맛이 없을까요? 그 이유를 지금부터 파헤쳐 보겠습니다.
고도가 끓는점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원리
물이 끓는다는 것은 단순히 뜨거워지는 것을 넘어, 액체 상태의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거품을 만드는 현상입니다. 이 끓음 현상은 물의 증기압이 물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의 대기압과 같아지는 순간 발생합니다.
- 해수면(1기압, 약 101 kPa): 물은 100°C에 도달해야만 증기압이 강해져 1기압의 대기압을 밀어내고 끓을 수 있습니다.
- 에베레스트 산 정상(약 0.33기압, 33 kPa): 정상의 대기압은 해수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주변 압력이 낮아지면, 물의 증기압이 대기압을 이기는 온도가 훨씬 낮아집니다. 그 결과, 물은 약 70°C만 되어도 끓어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끓는점과 고도의 관계
이러한 끓는점과 압력의 관계는 복잡한 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방정식

으로 설명되지만, 실생활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위치 | 대기압 | 끓는점 |
| 해수면 | 1기압 | 100°C |
| 고도 5,000m | 약 0.5기압 | 약 83°C |
| 에베레스트 정상 | 약 0.33기압 | 약 70°C |
결론적으로, 고도가 높아질수록 대기압이 낮아지고, 그 때문에 물의 끓는점은 내려갑니다.
70°C의 끓는 물로 라면을 끓이면 생기는 일
많은 등반가들이 고산지대에서 겪는 재미있으면서도 난감한 경험 중 하나는 라면을 제대로 끓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물이 고작 70°C에서 끓어버리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 면이 익지 않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익은 면’은 90°C 이상의 고온에서 전분이 호화(젤라틴화)되어야 하는데, 70°C로는 면이 딱딱하거나 설익은 상태로 남게 됩니다.
- 맛이 부족하다: 라면 스프의 풍미를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충분히 높은 온도가 필요합니다. 온도가 낮으면 국물 맛이 밍밍하고 깊은 맛을 내기 어렵습니다.
물이 눈으로 보기에는 펄펄 끓고 있어도, 실제 온도는 면과 국물의 맛을 제대로 살릴 만큼 높지 않은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고산 원정대들은 종종 압력솥을 사용하여 내부 압력을 인위적으로 높이고, 물을 100°C에 가까운 온도에서 끓여 음식을 제대로 조리합니다.
결론: 끓는점은 ‘압력’의 영향을 받는 상대적인 값입니다
물은 항상 100°C에서 끓지 않습니다. 끓는점은 주변의 압력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값입니다.
- 해수면: 100°C
- 고산지대: 더 낮은 온도 (에베레스트는 약 70°C)
- 압력솥 내부: 더 높은 온도 (100°C 또는 그 이상)
이처럼 끓는점이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과학적 지식 습득을 넘어, 등산이나 요리 같은 우리의 실생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